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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원 알약 하나면 고치는데 여기선…" 인터뷰-이종구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초대소장 (중앙일보) 2012. 0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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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17-09-15 12:09 Hit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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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원 알약 하나면 고치는데 여기선…" 눈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2.08.12 01:52   수정 2012.08.12 10:34




 






6·25 전쟁의 참화가 채 아물지 않았던 1950년대 중순. 당시 한국은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라고는 거의 없었던 의료 후진국이었다. 여기에 희박한 위생관념까지 겹쳐 한국에는 ‘기생충 천국’이란 오명이 붙어다녔다. 국민 대부분이 두 종류 이상의 기생충 보유자였던 시절이었다. 한국에 기생충이 창궐한다는 사실은 6·25 참전 용사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귀국한 이들의 몸에서 미국에서는 보지 못하던 기생충이 대거 발견됐고, 이 벌레들은 한국에서 먹은 채소들 때문이라는 게 밝혀졌던 것이다.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초대 소장 이종구 교수


이랬던 한국이 반세기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의료 수준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위암 치료, 신장 이식 같은 몇몇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 소리를 듣는다. 기생충이 사라져 이젠 대학병원에선 연구용으로 십이지장충, 촌충을 중국에서 들여와야 할 형편이 됐다.

이런 한국 의료계의 비약적인 발전 뒤에는 60여 년 전 소리 없이 진행됐던 ‘미네소타 프로젝트(Minnesota Project)’라는 성공적인 지원사업이 있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대의 전문인력 200여 명을 미국 미네소타대로 데리고 가 연수를 시켜주는 사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보건의료 지원사업으로 꼽히는 이 프로젝트 덕분에 서울대 병원, 나아가 한국 의료 수준은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이처럼 도움을 받았던 서울대병원이 후진국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젠 도움을 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는 한국판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펴기 위해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라는 기구를 세우고 13일 창립식을 열 예정이다. 초대 소장으로 임명된 이 학교 이종구 교수(사진)를 지난 8일 만나 의학센터의 목표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이름이 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인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 이종욱(1945~2006) 박사는 후진국의 소아마비와 결핵 퇴치를 위해 뛰다 한창 나이인 61세에 타계한 인물이다. 그의 숭고한 뜻을 기려 국제 의료문제 연구 및 후진국 의료지원 등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게 글로벌의학센터다.
과거 한국은 의료 후진국이었다가 압축 성장 덕분에 이제 의료 부분에서도 선진국에 도달했다. 그간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우리도 개도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의료인들 사이에 형성됐다.”

-어떤 일을 하나.
“우선 라오스·베트남 등 동남아 개도국의 의료인들을 한국에 초청해 첨단 교육을 시킬 예정이다. 개도국의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병원을 지어주는 것도 좋지만 우수한 의사들을 양성해 이들 스스로 의료 상황을 발전시키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이게 50년대 미국이 한국을 위해 시행했던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본질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의료 지원은 병원을 지어주고 의료장비를 팔아먹지 않나 감시하는 식이었다. 이래선 곤란하다. 현지 의사들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면서 자발적으로 낡은 장비를 교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생들에 대한 사업도 하나.
“사스·조류독감 등 전 세계적인 의료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따라서 서울대 의대생들에게 국제 의료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국제보건의료란 무엇인가’라는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또 후진국 의료봉사를 가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가르칠 것이다.”

-후진국 의료봉사도 지원하나.
“현재 많은 한국 의사가 아프리카와 동남아 오지에서 헌신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가 적잖은 시행착오가 일어나곤 한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전에 교육시키는 일이 필요하고, 이런 업무를 우리 센터에서 담당하게 된다.”

-어떤 실수가 빚어지나.
“전력 사정이 안 좋은 후진국이라 갑자기 정전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장수술 도중 인공호흡기가 멈춰 환자가 곧바로 사망할 수 있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일에 대비해 예비발전기를 꼭 준비해야 하는데 사전교육이 없으면 실수할 수 있다. 때론 전압이 맞지 않는 의료용 냉장장비를 가져가는 바람에 치료제가 상하는 어이없는 일도 빚어진다.”

-의학박사가 된 후 동료 의사들보다 월급이 절반밖에 안 되는 시골 보건소 소장에 자원했다던데.
“가정의학을 전공한 상태에서 의료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서 일한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게다가 병상이 40개에 불과한 작은 의료기관이었지만 의사라는 역할과 함께 보건행정 실무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소는 괜찮은 직장이었다. 그 인연으로 20여 년간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의료정책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대 의대로 왔다.”

-후진국 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하게 된 계기는.
“2008년 탄자니아에 갔더니 많은 마사이족 원주민이 한쪽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은 채 절룩거리는 걸 많이 봤다. 사상충이란 기생충 때문이다. 한 알에 1.5달러, 우리 돈으로 1700원이면 살 수 있는 알약만 있으면 쉽게 고치는데 그 돈이 없어 헉헉거리며 사는 것이다. 그런 장면을 보고 나니 느낌이 많았다. 한국 실력이면 조금만 노력하면 후진국의 가난한 이들을 크게 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후진국 의료 지원사업에서 중요한 점은.
“몇 년 전 미국에 갔다가 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평화봉사단으로 파견했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평화봉사단 파견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위상을 높여준 성공한 프로젝트로 꼽히는 사업이었다. 옛 단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이들 중 많은 수가 고위 공직자로 성장했더라. 그만큼 당시 평화봉사단에 우수한 인재가 많았다는 얘기다. 우리도 후진국 지원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소양과 전문 지식이 충분한 사람들을 보내야 한다.”




이종구 서울대 대외정책실장 겸 가정의학과 교수, 보건복지부 보건국 방역과장과 연천군 보건의료원 원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박사.

남정호 순회특파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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