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09-13
    네팔 병원감염관리 수준 높이려면 진료체계 개선해야

    네팔 병원감염관리 수준 높이려면 진료체계 개선해야

    최은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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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6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는 둘리켈-카트만두대학부속병원의 감염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감염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네팔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 함께한 최은화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전 서울대학교병원 감염관리센터장)를 만나 둘리켈병원의 감염관리 상황과 개선 방향을 물었다.

    -이번 네팔 병원감염관리 사업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올해 3월에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서울대학교병원에 네팔 둘리켈-카트만두대학부속병원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을 요청해 왔어요. 센터에서 (2015년 4월 네팔 대지진 이후) 둘리켈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의 감염관리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그곳에서도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가 병원감염관리라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 초에 둘리켈병원의 간호본부장과 감염관리담당 간호사 등 총 2명이 우리 병원 감염관리실에 한 달 동안 파견을 왔습니다. 두 사람은 우리 병원의 소독실과 수술장, 응급실, 모든 병동 그리고 중환자실까지 감염관리 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곳을 둘러보고, 감염관리와 관련된 모든 회의에 참관했어요. 두 분의 배우고자하는 열의가 정말로 인상적이었어요. 네팔로 돌아가 한국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해보려는 의지가 강했어요. 이번에 방문한 것은 그분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한국과 다른 병원 환경을 가진 둘리켈병원에서 얼마나 실행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제시해야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감염관리 전문의로서 둘러보신 네팔 둘리켈병원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여러 면에서 많이 놀랐어요. 제가 의과대학에 입학한 것이 1984년이었는데, 그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낙후된 의료 환경이었어요. 병원 시설과 체계 모두 마찬가지로요. 그럼에도 병원이 자체적으로 의료진의 위생관념을 높이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환자와 방문자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방문객을 위한 교육이 주 3회 개최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네팔의 위생개념이 어느 수준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갔어요. 본래 위생과 감염관리는 서로 개념 자체가 조금 다른데요. 저희는 연수생들에게 주로 병원 체계 내에서의 감염관리를 교육시켰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전반적으로 환자와 방문객의 위생관념을 높여주는 게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의료진이 매일 샤워하는 문화를 병원장이 강력히 추진해서 만들 정도였으니까요.

    한편 네팔에 돌아간 연수생들이 일으킨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기존의 병원 감염관리위원회 구성원에 의사를 포함시키고 서울대병원처럼 그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업무도 구체화시켰더라고요. 또한 연수생들은 네팔에 돌아가서 손위생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우리병원이 사용하는 손씻기 수행도 측정 프로토콜을 그대로 사용해서 수행도를 조사한 결과 병원 전체의 손위생도가 27%에서 4개월 만에 52%로 높아졌다고 해요. 신생아 중환자실의 경우에는 거의 100%가 되었대요. 두 분이 가서 정말 열심히 하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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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둘리켈병원의 감염관리가 개선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병원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있고 필요한 기자재 공급이 매우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를 개선해야 하지만, 이는 엄청난 재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해결할 수는 없어요. 따라서 진료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해요. 제가 둘리켈병원에 드렸던 제안 중 하나는 병원 내 공간 재배치였어요. 일반적으로 진료공간은 환자 공간, 의료진 공간, 치료받는 공간의 구분이 명확해요. 그런데 네팔은 병실 건물이 작은 규모로 여러 개가 있는데, 외부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병실이에요. 작은 체육관을 상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의료진 공간과 환자 공간, 처치실 공간이 구분되어있지 않아요. 그러면 이곳에서 여러 환자들이 섞일 수밖에 없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현재의 공간을 용도에 따라 분리하고 재배치하자는 제안이 잘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만약 이후에 둘리켈병원에서 그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두 번째로는 청결한 물품과 오염된 물품을 완전히 구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어요. 무엇보다 특히 응급실 상황이 열악했는데요. 응급실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깨끗하지 않은 상태로 오게 되잖아요? 그래서 환자들에게 사용해야 할 청결한 의료품 관리가 필요하고, 사용 전 물품과 오염된 물품을 완전히 구분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해요. 제가 볼 때는 이러한 두 가지 방법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또한 현지 의료진이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적용 가능한 방법일 거라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항생제 내성 양상을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네팔에서도 항생제 내성이 큰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균이 어떤 항생제에 얼마나 내성을 보이는지에 대한 기본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감염의 우려 때문에 무조건 많은 항생제를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위해 검사실에서 각 균의 항생제 내성 양상을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막상 미생물검사실을 가보니 상황이 너무 열악하더라고요. 인원도 적은데다가 자동화가 되지 않아 세균을 키우는 아가플레이트(agar plate)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래도 검사결과를 분석하는 시스템이 곧 설치될 예정이라고 하니 어렵더라도 기본데이터를 구축하고 의료진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네팔 둘리켈병원을 둘러보고 오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저희가 환자 진료에 직접 관련 있는 부분을 교육한 것은 아니지만, 진료에 필수적인 기본 내용을 네팔 연수생들에게 교육한 거였는데요. 우리가 교육한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추적하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적이었어요. 개선된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또한 두 사람이 한국에서 와서 배우려고 애쓰던 열정 그대로 현지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걸 보니 뿌듯했습니다.

    물론 직접 가서 보니 병원 환경이 우리와 너무 달라서 막막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방문하는 걸로 둘리켈병원의 감염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됐고요. 하지만 직접 네팔을 방문하지 않고서도 온라인을 통해 자문을 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연계를 이어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둘리켈병원에 제안한 내용들은 감염관리의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연계한다면 천천히 개선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외에 둘리켈병원의 감염관리 역량 강화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이번 방문 때 둘리켈병원 관계자와 연수생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니 가능한 많은 의사들을 포함한 모든 의료진이 기본적인 감염관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워크숍을 개최해달라고 요청을 해왔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에 의견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와 별도로 서울대학교 감염관리센터가 현재는 우리 병원의 감염관리를 관할하고 있지만, 네팔 병원의 감염관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