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2-22
    에티오피아 선천성 심장수술 거점외상병원 구축사업

    에티오피아 선천성 심장수술 거점외상병원 구축사업

     에티오피아는 인구가 약 1억명이며 의사는 인구 1만명당 0.3명일 정도로 의료인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마취과 의사가 전국에 17명 밖에 없어서 필요한 만큼 수술을 진행 할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선천성심장질환은 출생시 나타나는 심장의 기형 및 기능장애를 의미하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기법이 충분히 보급되어 있는 선진국의 사망률이 10%미만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사망률이 20~85%에 이릅니다. 인구가 대한민국의 2배(2015년 7월 기준, 99,465,819명)나되는 에티오피아에는 선천성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현재까지 한 명도 없습니다. 그 동안 에티오피아 환아가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대개 해외로 나가 수술을 받거나, 외국의 지원으로 초청수술을 받거나,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외국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받는 방법이었습니다.


    현지에 도착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의료팀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에티오피아 의료진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수행한 이번 사업의 중요성은 의료서비스의 지속가능성에 촛점을 맞추어 에디오피아 현지에서, 현지의료인력을 통해 수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사업목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현지 의료진을 교육시켜 에티오피아 의사가 에티오피아 환자를 진단, 치료,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흉부외과, 소아과, 마취과, 간호사, 심폐기사로 구성된 에티오피아 심장수술팀 11명이 지난 2015년 8월부터 9월까지 약 2개월 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본국으로 복귀한 에티오피아 심장수술팀은 1개월 후인 11월에 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을 포함해 총 6명의 의료진들(흉부외과, 소아과, 심폐기사, 수술실 간호사, PA)과 함께 현지에서 진행하게 될 수술을 면밀히 준비하였습니다. 연수기간 동안 에티오피아 의료진의 한국 적응을 돕고 통역 및 번역을 맡았던 저는 에티오피아 심장수술팀이 돌아간 후 남은 1개월동안 수술에 필요한 각종 약품 및 물품을 준비하는 일을 했습니다.

    3개월간의 준비 끝에 11월 12일 목요일, 드디어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15시간이라는 긴 비행, 세 번의 기내식을 먹고 나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합니다.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순간은 바로 그 때였습니다. 우리가 미리 보냈던 약품들과 출국 때 수하물로 가져간 물품이 현지 통관 절차 상 모든 물품을 사전에 제출된 서류와 확인해야 하는 관계로 바로 가지고 나올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필수 장비 몇 가지만 제외하고 모든 의료 소모품 등을 공항에 두고 현지에 있는 명성기독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도착과 함께 현지 수술 준비를 하는 양국의 의료진

     수술실 환경은 열악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처음 7명이었던 지원자수도 TV 광고를 통해 1000명으로 늘어났고, 한국에서 함께 합류하지 못한 마취과 의사도 현지병원의 지원으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현장에 도착하여 수술방 준비와 중환자실, 운영사무실을 마련하였고 토요일부터는 병원에 있는 장비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심장 수술을 시작 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지 4일만에 모든 통관과 세관 절차를 마무리한 의료 소모품과 장비가 병원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짐을 풀면서 기쁜 마음으로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의료진 모두 열흘 간 병원에 상주하며 정성으로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했습니다. 저는 수술 받은 환자의 부모를 비롯하여 초음파 진단을 받기 위해 찾아온 환자와 가족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진료 중에는 파악하기 힘든 환자의 가정환경, 생활수준, 병원으로의 접근성, 선천성심장질환에 대한 이해 등 다양한 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post05환자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좌) 에티오피아 방송국의 취재인터뷰 모습(우)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한 환자의 오빠였습니다. 저는 수술한 환자의 부모님을 인터뷰해야 했는데 유독 한 환자만 부모님이 오지 않고 오빠가 왔습니다. 가족 사항이나 산전진단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인터뷰가 중요해서 부모님을 기다렸지만 마지막 날이 되도록 오지 않았기 때문에 출국 전날 오빠를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가족 사항을 파악하다가 환자의 부모님이 모두 15년 전에 AIDS로 돌아가셨고 환자를 포함한 남은 6남매를 큰 오빠가 키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를 다니던 환자의 오빠는 학교를 그만두고 생업에 종사하여 한 달 5만원 남짓한 돈으로 동생들을 키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막내 여동생이 아프게 되었고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오빠는 원인을 찾기 위해 땅을 팔아 (초음파진단은 에디오피아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검사 중 하나입니다) 초음파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동생의 검사결과는 선천성심장질환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가끔 외국에서 의사들이 수술하러 오니 그 때 수술을 받으면 살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죽는다’ 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매의 희망이 옅어가던 즈음, 다행히 아디스아바바에 사는 친구가 TV광고를 보고 환자 등록을 해주었고 오빠는 동생을 데리고 버스로 12시간의 긴 여정을 한달음에 달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막내동생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로 오빠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post03양국의 의료진이 함께 수술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습

     

    수술 전 준비와 수술 후 회복을 위해 환자를 돌보는 모습

     

     매일 같이 늦은 귀가와 새벽의 위급상황 발생에서도 의료진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예상했던 5명 보다 훨씬 많은 11명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11건의 수술 중 2건은 기대하지 못했던 현지 의료진들의 직접 수술로 진행되었는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에티오피아 언론에도 그 내용이 소개되었습니다. 초기 의료진들이 가졌던 수술에 대한 의구심이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바뀐 이번 사업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초로 에티오피아 의료진이 자국의 선천성심장질환 환자를 수술한 결과를 가지고 왔고 이 결과는 현지 의료진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심어주기 충분했습니다. 수술을 몇 건 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체계적이고 현지 상황에 적합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아프리카 의료인들의 손을 통해 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선천성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가난한 환자가 더 이상 희망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이뤄내야 할 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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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 : 조요셉
    감수 : 한정아
    정리 : 류인선